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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같이 일하시는 분들과 점심을 먹다가 식당에서 나오는 뉴스를 보게 되었고 그러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그 사람을 마냥 나쁘게 보지 않는 건 아직 큰 사고는 안 쳤다는 거죠."
"김영삼 대통령 때 처럼 비행기 떨어지고 배 침몰하고 그런 큰 사고가 없다는 거죠?"
"그렇죠."
"시작부터 숭례문 불 나서 난리났잖아요?"
"그거야 뭐.... 사람 죽은 것도 아니고, 복원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충격이었습니다.

전에 프랑스는 폐광촌에 루브르 박물관 지점 내고 우리나란 강원랜드 만드는, 문화적으로 돌상놈 수준이며, 그래서 한류를 코웃음 쳤었던 글도 썼을 정도로 평상시 우리나라 문화 의식이 아직도 얕다고 생각하고는 있었고, 우리나라 정치판 이야기 하면서 한국에서 가장 신자가 많은 신은 하나님도, 부처도 아닌 물신(物神)이라는 글도 쓰긴 했었습니다만, 비록 인명 피해가 나지 않은 것은 참 다행이나,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유서 깊음을 가진 숭례문을 소실시킨 사건을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실례를 목도하니 그 충격이 매우 컸습니다. 아마 그 분께서 제 이 글을 보면 오바한다고 생각하겠죠?

특히 복원하면 된다는 말은 그 숭례문에 불 싸지른 놈이 말이랍시고 내뱉었던 말이라 그 충격은 더욱 컸습니다.


'우린 후손에게 문화 유산으로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라는 질문과 아울러 숭례문을 생각하면 참담합니다. 물리적으로는 복원 가능할 지 몰라도 그 복원한 것이 과연 이전의 숭례문과 완전히 같을 수 있을까요? 그렇게 복원하면 조선 시대부터 이어져오던 그 유서깊음 또한 복원되는 것일까요? 그런 유서 깊음을 우습게 알면서 우린 맨날 반만년 역사 어쩌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러면서 애들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왜 보내고 싶어할까요? 자식에게는 옆으로 걷지 말고 앞으로 걸으라면서 옆으로 걷는 부모 게들의 오류를 우리는 안 범하고 사는 것일까요? 우리 선조의 유산을 똥으로 알면서 우린 우리 후손이 우리를 기억해 주기를 바랄 수 있을까요?

자, 이런 것이,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과연 큰 일이 아닐까요? 우리가 선조로부터의 전통과 단절된 마당에, 우리가 우리다움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남아날 수 있을까요? 안그래도 일제시대 거치면서 많은 전통이 말살당한 판에 말이지요.

들어오지도 않는 문화재 포스팅은 왜 하시냐는 글을 보고 그 날, 내 바로 옆에서 일하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그 충격이 되살아났었습니다.

과연 우리는 후세들에게 좋은 선조로 기억될 수는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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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얀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