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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02 무서운 일본 30
2009. 2. 2. 13:14

무서운 일본 Computing에 관한 독백2009. 2. 2. 13:14

가깝고도 먼, 끈덕진 일본

그 나라로부터 원자재, 부품, 생산 장비 사서 우리 팔 것 만들기 때문에 멀어지면 안 되는 나라, 하다못해 미국 눈치를 봐서라도 친하게 지내야하는 나라이지만, 과거의 어두운 과거를 모른 척 하거나 '너희들을 착취하던 옛날이 그립다', '우리 아니었음 너희는 아직도 농경시대다'라는 말을 찍찍해서 사람 열 받게 하는 나라입니다(그런데 그 말을 똑같이 하는 우리나라 애들은 뭥미?). 더 멀리는 임나일본부설이란 Fantasy를 역사라고 해서 사람 웃기기도 하고. 즉, 가까워져야 하는데 영 가까와지긴 싫다는 말이 진부할 정도인 나라죠.

그런데, 그런데 말이죠... 일본이 꼴깝을 떨어 꼴보기 싫고, 소니 같은 회사가 삼성/LG에게 DRAM, 휴대폰, TV 등 일부 전자 품목이 쳐발리고 있긴 하지만, 딴나라클랜 소속 어떤 오크녀가 일본은 없다는, 언론인 출신 아니랄까봐 돈 벌라고 아주 선정적인 배틀크라이를 내지를 정도로(그나마도 베겼네 안 베꼈네 법정 다툼까지 한 모양) 띄엄띄엄 봐도 되는 나라가 일본일까요? 아무리 대한민국이 일본을 무시하는 전 세계 유일한 나라라지만, 아닌 건 아닙니다(아무 보기 싫다고 해도 현실은 직시해야죠). 일본은 세계 경제의 수퍼 파워이자, 경제 시스템 붕괴를 각오하지 않는 한 우리도 일본 없으면 살 수 없고, 거기다 일본은 더뎌도 오랫동안 꾸준히 밀어붙여 결국 이루어는데 탁월한 나라입니다. 더구나 이런 장시간 꾸준히 밀어붙이는 능력은 우리나라는 아주~ 소질이 없죠.

2008 노벨 물리학상

그러한 꾸준히 밀어붙여 덕 본 아주 선명한 성공 사례는 바로 2008년 노벨 물리학상입니다. 고바야시 마코토, 마스카와 토시히테가 '자연 상에 적어도 세 개 이상의 quark 족(族: Family)이 존재함을 예언하는 대칭성 붕괴의 기원을 발견'한 공로로, 요이치로 난부라는 일본계 미국 학자가 '아원자 물리에서 동시 대칭성 붕괴의 mechanism을 발견'한 공로로 2008년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마코토 고바야시, 토시히데 마스카와는 아예 일본 국적이고, 난부는 미국 국적이긴 하나 일본에서 석,박사 하고 조교수도 했습니다. 이쯤되면 일본 물리학계의 쾌거라고 할 만 합니다.

유가와 히데키가 1949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적은 있습니다만, 무려 60여년 남짓이 지난 지금, 일본 물리학은 어떻게 이런 괴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제가 자주 가는 물리학자 분이 운영하는 블로그에서 (당연하지만) 200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에 대한 포스팅을 본 적 있는데 그 글에 다음과 같은 부분이 있습니다.

그나저나 이론가가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하에 실험 물리학자들이 KEK를 만들고 오랜 기간 실험을 통해 그 물리학을 증명하여 '느리지만 확실하게 노벨상을 받는 길'을 밟는 일본의 저력이 두렵도록 부럽습니다.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올해가 소의 해라 많이 나오는 말인, 그야말로 우답천리(牛踏千里)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 블로그 포스팅에는 연이어 다음과 같은 글귀가 나옵니다.

5년 내에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한다는 어이없는 헛소리를 들으며 이땅에서 묵묵히 기초과학을 연구하시는 모든 연구자들이 이번 소식에 기쁨과 동시에 씁쓸한 기분을 느끼시지는 않으실지 걱정도 되구요.

우리나라는 이렇습니다. 이제는 말하기도 지겨운, 실제보다 보여지는 것이 중요시하고, 순식간에 몽둥이 뜸질하듯 해치우겠다는 조급증이죠. 실질적인 물리학 발전에의 기여보다 노벨상 수상이란 보여지는 것을 목표 삼고, 그걸 5년 안에 하겠다니... 물리학이란 과학 분야에서 하는 Fantasy니 이것도 Scientific Fantasy, 즉 SF라고 해야 할까요? 나 참.

Supre Creator, 그리고 4D

그리고 오늘, 저는 류한석님이 ZDNet Korea에 기고한 '한국의 천재 프로그래머는 어디에 있을까'란 글을 보고 일본 애들이 무섭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습니다(류한석씨께서 소프트뱅크의 손정의씨를 상사로 모시고 사는 분이라 일본 IT 소식을 잘 접할 수 있나 봅니다). 네, 이 글을 읽으니 위 물리학자 분의 해당 글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제가 밥 먹고 사는 IT 바닥 이야기라 더 겁나고 실감났고 공감했습니다.

일단 일본의 IPA가 하는 일련의 활동 중 제일 놀라운 것은 천재적인 '개인'을 발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산업의 형태를 띄고 있는 중 가장 비정형적이고 개인의 생산성이 극적으로 다를 수 있는 Software 개발의 특성을 꿰뚫은 것이죠. 그간 우리나라의 IT 진흥책이란 것이 S/W보다는 초고속 인터넷, 반도체, 휴대폰 같은 H/W성 IT에 집중되었고, 똑똑한 개인의 발굴보다 각종 회사나 대학교 연구실이 나누어먹는 형태로 진행되어 왔다는 것을 보면 이건 정말 놀랄 노자입니다. 거기에다, 우리나라 IT 진흥책을 벗어나 다른 분야까지 보더라도 그나마 있는 개인 지원 제도인 국비 유학생을 보면, 역시 증/학위/성적 좋아하는 공무원 하는 일답게, 국사를 포함한 시험 및 TOEFL 같은 영어 자격 시험 성적으로 선발하고 있는데 비해, IPA의 인원 선발은 정말 실용적이고 실제적이기까지 하여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데) 또한 파격적으로 느껴집니다.

다른 놀라운 점은 일은 2000년부터 한 일이라는 것. 2000년부터면 벌써 8년이군요. 일본 애들에게는 10년 이상 밀어붙이는 것이 일상적일지 몰라도 우리는 8년은 고사하고...

"선정된 인재는 PM의 조언과 가이드에 따라 개발 프로젝트에 집중하며, 개발 이외의 문서 작업 및 계약 등은 프로젝트 관리 그룹에서 지원한다"는 점도 놀랍습니다. 개발은 소시적에나 하고 짬밥 차면 관리를 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한국 문화에서(즉 관리가 더 윗길 간다는 사고 방식을 가진 한국에서), 관리 업무는 하지 말고 원래 일에 집중하라는 말은 거칠게 말하면 '관리는 잡일'이란 뜻이겠지요(현재 반 관리, 반 개발 일을 하지만, 개인적으로 관리는 가벼운 백신 같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이러스 검사한다고 리소스 다 잡아먹으면 그것은 백신이 아니라 쓰레기입니다. 관리는 실제 일의 진척을 돕기 위해 지뢰 치워주고 똥 치워 주고 실제 일하는 사람을 각종 이벤트로 즐겁게 해 주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식의 사고 방식이 맞다고 봅니다). 뭐, 이 정도면 연예 기획사에서 연예인한테 매니저 붙여주는 거 같네요~. 완존 부럽.

어찌 되었든, 류한석님의 글은 이런 '사람을 키우는 진흥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나라는 비슷한 제도가 가능할까요? 공무원 특성을 보면 부정적입니다. 그들이 왜 증/학위/성적을 좋아하는지 아십니까? 첫째는 그들이 그런 분야를 잘 모른다는 겁니다. 그 분야를 잘 모르니 그 분야에 맞는 인재를 가릴 능력이 없습니다. 말에 대해 일자무식인데 천리마를 기가 막히게 알아본다는 백락(伯樂)이 될 수 있겠습니까? 둘째는, 공정한 선발처럼 보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명확한 뽑은 이유 삼을 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 보는 눈도 없지, 공정하게 보여야 한다면? 네, 명성, 혹은 증, 학위, 성적 같은 것에 의존하는 선발 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허긴 이런 거라도 깨끗하게 잘 한다면야 최소한 '돈 먹었네 어쨌네' 하는 소리라도 안나오지.... 그럼에도 복마전 소리 들으니...). 그런데 알도 살도 못하는 개인을 지원한다? 공무원 마인드에서는 그런 말 = 도박입니다. 괜시리 그랬다 문제 되면 옷 벗고 공무원연금도 못 받게요?

설사 제도가 잘 갖추어졌고, 똘똘한 사람도 뽑았다고 가정해도 문제는 또 있습니다. 일본은 그래도 Software로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이란 것이 존재합니다만, 우리나라? 전 세계 Software 시장에서 1%를 차지하는 것이 한국 Software 시장이고, 그나가 그 시장도, 불법 복제는 말하면 입만 아프고, 정부고 민간 기업이고 외국 업체한텐 찍 소리도 못하고 달라는대로 다 주면서 우리나라 업체는 '싸야 되는 거 아냐?'라는 말이나 하고, 대기업 SI업체는 무늬만 Software 기업이지 하청에 협력사 쥐어짜기 이외엔 할 줄 모르고, 정부는 얼마나 한심한지 일례를 들자면 행자부가 나서서 정부 각 부처에 그룹웨어 보급한답시고 날뛰는 판입니다(그룹웨어 제작사는 뭐 먹고 사냐? 행자부랑 경쟁 입찰이라도 해야 하나?). 그래서 일선 개발자들은 3D에 꿈도 없는(Dreamless) 4D(시장이 코딱지만한데 무슨 Software 대박 신화? 대박 신화가 Fantasy니 당삼 꿈이 없을 수 밖에요)라고 하는 판이 소위 IT 강국 대한민국의 Software 판입니다(조선일보도 걱정스러워(?) 한다니까요? ㅋㅋ). 일본 정부처럼 꾸준히 제대로 된 정책을 추진하기는 고사하고, 걍 가만히 있어주는 게 도움되는 정부입니다.

똘똘한데다가 질긴, 그래서 무서운 일본

저는 일본의 Super Creator라는 말 자체부터 벌써 예사롭지 않게 느껴집니다. S/W 개발이 매우 System적이면서도, 기실 디자이너와 같은 Creative한 작업임을 이해해야 나올 수 있는 명칭이거든요. 이 제도는 성공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제도가 지원하려는 분야의 특성을 이해한 상태에서 만들어진 제도로 보이고, 일본 정부는 이 사업을, 성공했다고 할만한 지금까지도 쉼없이 밀어붙이고 있는 일본의 물리학처럼, 성공할 때까지 밀어붙일 것이기 때문이죠.

이어령 교수의 유명 저서로 '축소 지향의 일본인'이란 책이 있습니다만, 그런데 제 생각에, 일본은 꾸준히 노력하여 이미 거대하기로는 우주를 논하는 물리학에서도 두각을 내는 상태이다 보니 과연 오늘의 일본에게 맞나 싶습니다. 오히려 보여지는 것을 중시하고 몽둥이 뜸질하듯 빨리 해치우려다 보니 큰 일 못하는(보여지는 게 중요하고 시간 없는데 어찌 기초를 튼튼히 하겠습니까? 그리고 기초가 부실한데 어찌 큰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하다못해 당구도 어느 시점부터는 당구의 생기초인 큐걸이가 문제가 됩니다) 한국이야말로 이렇게 가다간 축소 지향의 한국인이 되는 것 아닐까 위기 의식이 듭니다. 이게 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Me Too 전략으로 성공했기 때문일 터인데, 이제 Me Too 전략 고집했다간 중국에게 캐발릴 뿐입니다. 즉 이제는 Creative가 필요한데, Creative는 빨리 하라고 다그친다고 나오는 게 아니죠. 오히려 더 안나올걸요?

올림픽 야구에서 일본 두 번이나 깼다고 좋아할 때, 일본은 어쩌면 정작 중요한 분야에서 우리를 발라버리는 준비를 착착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전 일본이 무섭습니다.

(사족)

제가 인용한 물리학자 분의 '중국으로 가서 재능있는 천재 틴에이져를 채용하라'는 글도 읽어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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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얀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