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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하우스'에 해당되는 글 1

  1. 2009.08.17 헤이리, 상업화되어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
2주나 되는 휴가를, 집구석에 쳐박혀 오락이나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가평의 펜션을 급히 예약해서 하루 자고 다음날 서울 건너에 있는 파주 헤이리마을에 다녀왔다.

사실 파주에 그림 같은 풍경이 숨어있다는 것은 재미있게도 네이버캐스트의 '아름다운 한국' 코너에 나온 '문화를 파는 산업 단지 - 파주 책마을'이란 글을 통해서였다. 이 글을 보고 한 번 출판단지를 가 보겠노라 마음을 먹었었고 그래서 '이레'라고 하는, 파주 출판 단지에 있는 출판사 직원인 지인에게 위 글을 보여주며 '정말 볼 게 많냐'고 메신저로 문의를 했었던 적도 있었다(그 지인에게 파주 출판 단지는 늘상 생활하는 공간이라 그런지 '별로 볼 거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방콕으로 지내는 휴가가 아쉬운 차 문득 이 글이 생각났고 파주에 대한 여행 정보를 인터넷에 찾아보자 제일 많이 걸려든 것이 헤이리였다. 헤이리 글을 계속 접하다 보니, 급기야 위 네이버 캐스트 글을 헤이리 관련 글로 착각하게 되었고, 헤이리 가 볼 곳을 나름 다 찍어놓고 해당 글을 확인차 다시 보니 헤이리가 아니라 파주 출판 단지 글이더라. 그러나 파주 출판 단지보다는 인터넷에서 헤이리 정보를 가장 많이 찾을 수 있고, 지인의 '별 것 없다'는 대답도 들은 바 있어, 헤이리를 가기로 했다.

가평의 맑은 공기를 허파에 장전한 후 오는 것이기 때문에, 헤이리 도착하면 오후일 터, 헤이리를 모두 싸뒤집어 보고 오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에 커피공장103에서 커피 좀 마시고, 한길사 북하우스 좀 들리고(책 값 싸면 책도 좀 사 오고), 헤이리 전기차 좀 타고, 한글틔움이라는 곳을 들리기로 했으나, 역시, 다 못하고 커피공장103이랑 북하우스만 다녀왔다(커피공장103도 못 갈 뻔 했다).

헤이리는 예술가 마을답게 건축가들이 자신의 디자인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설계하고, 3층 이상 건물 못 짓고, 녹지를 최대한 확보하는 등의, 친환경으로 짓는다는 마을 조성 원칙이 있다 한다. 그래서 그런가 도로를 아스팔트로 포장하지 않고 벽돌로 포장을 했고(검은색 아스팔트가 낮의 열기를 흡수했다 밤에 뿜어내는 현상은 훨씬 덜하지 않을까 싶다), 집 주위에 녹지가 참 많았다. 그리고 그 녹지를 인공적인 잔디밭을 만들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었는데 맨 처음엔 '집은 멋지게 지었으면서 주위 조경은 방치한담?'이라 생각했으나 이내 '최대한 인위적으로 손대지 않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겸사겸사 유지비도 훨씬 싸게 먹힐 거고. 헤이리는 테마 파크가 아니라 사람 사는 동네 아닌가? 다만 일회용 제품은 최대한 쓰지 않는다는 원칙도 있었느나, 나무젓가락이나 투명 플라스틱 커피잔(얼음 음료에 많이 쓰이는)은 꽤 쓰고들 있었다. 정말로, 편리한 것은 마약이다.

맨 처음 들른 곳은 '카페 반디'라는 북카페. 책은 정말 많았다. 다만 주인이 문과 전공자였는지 인문/사회 계열 책이 거의 다여서 공돌이인 나한테는 그리 맞지 않았다. 공간이 좁고, 의자도  푹신한 편이 아니어서 녹차 팥빙수 하나 먹고 1시간 정도 머물다 나왔다.

두번째로 간 한길사 북하우스는 정말 좋았다. 한길사는 정말 다양한 양서를 펴내는 출판사다 보니, 뽐뿌 참느라 정말 힘들었다(한길사 책들은 20% 깎아준다). 아마 지금도 책꽂이에 꽂혀 펴보지도 않은 수많은 책들을 떠올리지 않았다면 뭐라도 사 들고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다만 화장실은 방문객 수에 비해 상당히 모자랐다.

하마터면 못 갈 뻔 한 커피공장103. 이곳은 어떤 블로그 글을 보자 급 땡겨 가고 싶어했는데, 은 아쉽게도 그 집 커피의 제대로 된 맛을 못 느껴 아쉬웠다. 커피를 제대로 느껴 보려면 역시 뜨거운 커피를 시켰어야 했는데 더워서 찬 커피를 시키는 통에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그런가, 다른 블로그 주인들이 극찬할 정도로 맛있다고 느껴지진 않았따. 에스프레소 만들 때 쓰는 고압으로 확 내리는 방식이 아닌 핸드드립식이라는데(주인 분의 권유가 있었다. 가격도 더 싸기도 했고 ^^), 스타벅스나 커피빈처럼 커피가 꽤 독했다. '남자는 무설탕!'......은 아니고 커피 맛 제대로 느끼려면 시럽 치면 안된다는 주의라(고기도 양념구이는 취급 안 함) 설탕이나 시럽은 안 쳤기 때문에 감미료 치면 부드러워 질 수는 있겠다.

이후 저녁으로 분식 먹고(품질에 비해 가격이 비싸서 후회) 귀가했다.

헤이리를 보며 느낀 것은 아쉬움이었다. 헤이리로 맨 처음엔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사는 그림 같은 마을을 꿈꾸며 출발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행보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것에도 성공했다. 다만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모이다 보니 점점 이 곳이 관광지화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친환경적인 마을을 꿈꿨지만, 나를 위시한 일종의 관광객들이 타고 온, 빈 터를 빽빽히 메운 수많은 자동차들을 보며, 북적대는 인파들이 만들어내는 시끄러운 소음을 보며, 조각 근처에 자리 펴고 낮잠 자는 사람들을 보며, 과연 이러한 모습이 그들이 꿈꾸던 친환경 문화예술마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이들이 접하게 되면, 그 많은 사람 가운덴 별 괴상한 인간들이 나오는 법(인터넷도 그렇지 아니한가). 그들이 꿈꿨던 아름다움이 대중을 매혹시켰으나 그 아름다움에 매혹된 대중이 그 아름다움을 파괴해 나가는 것은 아닌지.

그래도, 제대로 위치 정보 파악해서 한 번 더 가 봐야겠다.

(덧)

헤이리나 문발리 출판단지를 보면 꼭 생각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은하도시. 일본의 스쿠바시처럼 과학기술인 위주의 도시를 만들자는 의제를 가지고 목에 힘 좀 준다는 이들이 2006, 7년에 언론 플레이를 했었다. 내심 기대했었는데 선거 끝난 지금은 말도 없다. 그 때 은하도시 외치던 사람들, 아무래도 정치권에 줄 데려 한 소리 아닌가 싶다(특히 민동필씨라는 은하도시포럼의 장은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을 역임하고, 현재는 기초기술연구회라는 정부 기관의 이사장이라 더욱 그렇게 여겨진다).

그래서, 헤이리나 문발리를 이루어낸 문화예술인, 출판인들이 대단하고 또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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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얀 말